[팁] 구글 어시스턴트 앱으로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은 곳에 음성으로 전화 걸기

AI 음성 듣기 - ElevenLabs


가끔 식당이나 카페 등에 전화해서 주차 공간이나, 휠체어 진입 가능 여부, 영업 시간 등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는데요. 이 때 지도 앱이나 검색엔진 앱을 열어 검색하고 통화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단 한마디의 음성으로 이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 앱을 사용하는 것인데요.


  1. 구글 어시스턴트 앱을 깔고 실행하면 바로 마이크가 활성화됩니다.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 화면 하단 중앙에 있는 마이크를 탭합니다.
  2. "...에 전화 걸어"라고 말합니다. 가능하면 전화 걸고자 하는 시설의 정확한 명칭을 말합니다.
  3. 그럼 어시스턴트 앱이 자동으로 해당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전화까지 걸어 줍니다.


저는 일반 식당, 카페, 병원 등 여러 곳에 이런 방식으로 전화해서 통화를 많이 하는데요. 반응 속도도 빠르고 내 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도 말 한마디로 전화를 걸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오늘도 아기가 다니는 소아과에 이렇게 전화해서 진료 시간을 확인했네요.

구글 어시스턴트는 생성형 AI는 아닙니다. 하지만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하고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한데요. 예를 들어,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저장하고 확인하는 것도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면 음성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어시스턴트 앱 깔아서 사용해 보세요~

장애인 소비자, 국내 기업에겐 그저 투명인간일 뿐인가?

음성으로 듣기 - ElevenLabs
오늘 한국 기업 셀바스의 미국 법인이 주최한 '브레일 이모션'이라는 제품의 데모 웨비나에 참여하며 씁쓸함을 느꼈다. 셀바스는 국내 기업으로 점자 디스플레이/태블릿 제품인 한소네를 만드는 회사이다. 한소네가 미국에서도 잘 팔리기 때문에 미국 법인이 있다.
웨비나의 말미에 마이크를 켜고 한국에서는 이런 웨비나가 잘 없어서 매우 흥미롭게 참여했다고 말하니 데모를 진행한 미국인 시각장애인이 대답한다.
"Ironic."
맞다. 내가 한국 제품에 대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미국 사람들이 주최하는 웨비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결혼을 앞두고 LG 가전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을 때 나는 장애인 고객을 위한 안내가 전혀 없어서 모멸감을 느꼈었다. 당시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제품의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장애인 고객에 대한 안내가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에서는 무엇이 이슈가 되었었냐 하면 루시 그레코라는 미국인이 LG 세탁기를 리뷰하면서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 이슈가 됐다. LG는 미국에서 루시 그레코를 찾아가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자문을 얻고 점자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제품 개선을 약속했다.
정확히 같은 일이 3년이 지난 올해 2월 내게도 있었다. 관련해서는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지만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감사한 것과는 별개로 LG가 장애인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야 수백 가지도 더 될 것이다. 미국은 시장도 크거니와 고객의 구매력도 크다. 그건 장애인 고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도 작고 그 중에 장애인 사용자의 구매력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LG 가전을 대규모로 구매할 수 있는 장애인 사용자가 국내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시각장애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한소네조차도 온전히 자비로 구매한 한국인은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러니 LG전자는 물론이거니와 셀바스도 국내 시장에서 장애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과 마케팅에는 공을 들이지 않는다.

장애인의 소비자 권리와 관련해서는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솔루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씁쓸한 분노를 느끼자.
한국의 장애인은 소비자로서는 투명인간일 뿐이다. 보조공학기기 업체에게도 그렇다.

[강의안] AI를 장애인 번역사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 - 2024 우리동작 번역 페스티벌

오디오로 들으시려면 play 버튼을 눌러 주세요. 이 음성은 인공지능 서비스 Elevenlabs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지난 8월 16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2024 우리동작 번역 페스티벌에서 "AI를 장애인 번역사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 강의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변화하는 번역 환경 속에서 장애인 번역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자 준비했습니다.

ChatGPT, DeepL, 네이버 파파고, Claude 등 주요 번역 도구들에 대해 그 기능과 특징을 비교 분석하고,  실제 번역 실습을 통해 AI 도구를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번역사만의 고유한 역할과 필요 역량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의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번역사 들이 AI 기술을 통해 더욱 편리하게 번역 업무를 수행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AI를 '두려움의대상'이 아닌 '든든한 조력자'로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 준비와 지금 이 블로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AI 도구인 Claude를 활용해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글의 톤이 다소 추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의안에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 내용은 충분히 담았습니다.

AI 시대의 번역이 단순한 언어 간 전환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포용하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 번역사들의 독특한 시각과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사 소개: 김헌용

김헌용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전공한 시각장애인 번역사입니다. 현재 신명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며,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번역가 양성과정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번역 강의를 운영해왔으며, AI 시대의 번역 기술과 접근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번역 작업으로는 「로스트 보이스 가이(책덕, 2022)」의 공동 번역 참여가 있습니다.


참고: 본 강연 내용은 2024년 8월 16일 우리동작 번역 페스티벌 강연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AI 언어 모델인 Claude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작성하였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더 자세한 내용은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강의안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 사업, 현실과 이상 사이의 딜레마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야심찬 계획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인다. 수천억 원을 쏟아 붓는 미국 거대 테크기업들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게 AI 기술인데 교과서를 만드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술력도 자금도 부족한 교육부가 어떤 근거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과서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고, 기술 업계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친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에 챗GPT처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AI" 교과서가 나오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AI가 진짜 AI가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AI 사랑을 보며 나는 이명박의 '자원외교'가 떠오른다. '뭔가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다가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 교육행정기관과 출판사 몇 곳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문제는 그 모든 기관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기둥들이라는 사실이다.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교과서를 웹에 구현해야 한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 등 웹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해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출판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기존 출판사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이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은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고도의 기술적 조치와 법적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보편적 학습 설계(UDL) 원칙을 따라 개발해야 하고 웹 접근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를 고려하고 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고난도의 과제이다. 각각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며, 이를 모두 통합하여 교과서라는 형태로 구현해내는 것은 기존 교과서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당연히 출판사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여러 에듀테크 기업들이 합류했지만, 역부족이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데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은 거의 없고, 제시한 시한은 너무 짧다. 모두 2024년 말에 끝내야 하는 일정이다.

그럼에도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웹 기반'이라는 점이다. 웹은 '접근성 표준'이 명확해서 개발자들에게 접근성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이는 그동안 장애학생과 장애인 교원의 니즈를 무시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개발되어 온 교과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나는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을 통해 이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장교조는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 가이드라인에 접근성 관련 내용을 반영했고, '모두를위한교과서공동대응그룹'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 중이다. 이제 곧 수십 명의 장애인 교원들이 발행사들을 직접 만나 접근성 관련 자문을 하게 된다.

이 사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교육부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눈에 보이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혁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육 주체 당사자들에게 공감과 설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교육부는 시간에 쫓긴 나머지 이 중요한 과정을 건너뛰고 있다.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일정과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대로 추진할 경우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제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기술 혁신과 교육의 본질, 포용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최적의 균형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기술의 발전은 ‘교육과 기술의 최적의 균형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교육 주체들이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나는 이 기회가 단순히 정치인의 치적 쌓기가 아니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더 포용적이고 접근성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한 방향만 제대로 설정한다면, 당장 내년에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이 사업을 통해 미래 교육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더 나은 교육적 선택이라고 믿는다.

전맹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의 30일 육아 체험기 👶

도도가 세상에 나온 지 30일이 되었습니다! 🎉 원래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 건 5월 3일 밤인데 올리는 건 5월 5일 점심에서야 가능하네요~ 육아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ㅎ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로서 어려운 점 😓

예상대로 아빠로서의 역할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눈이라는 감각 기관의 도움 없이 소리와 촉각으로만 새로운 기능과 행동양식을 배운다는 건 정말이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간단하게는 아기를 안는 자세에서부터 분유를 타는 일까지 뭐 하나 자연스럽게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편안하게 안는 자세와 트림시킬 때 안는 자세가 다르고 젖병을 물리는 각도도 아이가 분유를 마시는 양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져야 합니다. 조리원에 있을 때 관리사님들의 팔 각도를 일일이 만져보고 실습해 봤지만 추가로 유정의 가이드를 수도 없이 받고 나서야 아기의 머리와 허리가 일직선이 되는 각도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젖병을 물리는 일은 아기의 입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한 팔로 아기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젖병을 들다 보니 아이가 얌전히 입이 벌려줄 때는 그나마 쉽게 입의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마구 몸부림을 칠 때는 정확히 젖병을 가져다 대주는 것부터가 어려웠습니다.


육아 과업별 난이도 분석 📊

아빠가 할 일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젖병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제때 꺼내주는 일(이걸 '열탕 소독'이라고 부르더군요)은 조심스럽게 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젖병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육아 과업은 다양한데요. 오늘은 육아 30일 동안 전맹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 입장에서 해 본 일을 중심으로 과업의 난이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 안아주기 (난이도: 하): 처음에 안전한 자세 교육이 필요하지만 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워집니다.
  • 젖병 물리기 (난이도: 중): 입 찾기, 마시는 속도에 따라 각도 기울이기 등 섬세 작업이 필요합니다.
  • 젖병 씻기 (난이도: 하): 위생을 위하여 젖병 씻기 전용 세제, 전용 솔, 전용 바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는 설거지와 비슷.
  • 젖병 열탕 소독 (난이도: 상): 젖병을 끓는 물에 넣고 제때 꺼내어 전용 트레이에 올려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젖병 소독기 사용 (난이도: 상): 열탕 소독까지 마친 젖병을 건조시키고 소독시키는 작업인데 전용 소독기에 음성 피드백이 없어서 세부 설정을 조작하기가 어렵습니다.
  • 트림시키기 (난이도: 하): 아기가 트림하기 좋은 자세로 안고 등을 문지르거나 살작 다독여 줍니다. 안는 자세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 기저귀 갈기 (난이도: 중): 기저귀 갈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배변 상태를 봐서 적시에 해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 옷/스와들업/속싸개 입히고 벗기기 (난이도: 중): 옷감이 부들거려서 모양을 파악하고 방향을 맞추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 분유 포트 사용 (난이도: 상): 물을 끓여주고 분유에 적당한 온도인 36°C~37°C에 맞게 보온시켜 주다가 설정한 양만큼 출수키시는 용도인데 터치 버튼이고 음성 피드백이 없어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 목욕시키기 (난이도: 상): 세숫대야 2개와 아기 욕조 1개를 준비해 놓고 얼굴, 머리카락, 몸통을 차례로 씻겨준 후 헹궈주고 빠르게 건조시켜주어야 합니다. 아기 귀나 코에 물이 들어갈 수 있고 미끄러워서 놓치기 쉬우므로 옆에서 잡아주는 등 제한적인 역할만 가능합니다.
  • 엉덩이 물로 씻기기 (난이도: 상): 아기가 대변을 보았을 때 세면대나 씽크대에서 엉덩이를 씻겨줍니다. 판때기처럼 생긴 전용 비대를 받쳐놓고 씻길 수 있습니다. 목욕시키기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역시 안전상의 이유로 역할이 제한됩니다.

시각장애인 아빠의 육아 필수템 🍼

그래도 분유를 타는 일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수월해졌습니다. 브레짜 분유 제조기가 시각장애인들의 구세주이더라고요. 분유와 물을 넣어주면 7초 만에 정확한 비율에 따라 미리 설정해 둔 양의 분유가 제조되어 커피 머신처럼 젖병에 쏟아집니다. 비단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많이들 사용하는 기계인데 시각장애인 육아 동지들에게는 필수품인 것 같습니다! (미리 알고 선물해 준 장교조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브레짜와 관련해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설정한 양보다 10mL 정도 더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점만 기억한다면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육아템인 것 같습니다.


* 사진 by 유정

설명: 브레짜 분유 제조기. 제품의 윗면에 여섯 개의 버튼이 있다. 마치 한소네 버튼처럼 왼쪽에 3개, 오른쪽에 3개씩 있다. 중앙부에는 LCD 디스플레이가 있다. 버튼 아래 아이콘 모양의 LG전자 점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브레짜의 버튼 구성은 오른쪽부터 다음과 같습니다.

  • 전원 버튼
  • 시작 버튼
  • 출수량(mL) 조절 버튼
  • 온도 조절 버튼
  • 청소 버튼 (물 빼는 용도)
  • 분유 브랜드 선택 버튼 (분유 제조사별로 할당된 번호가 다르며 각 브랜드에 해당하는 번호는 브레짜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주는 육아템 💡

제가 도도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다. 온 집안에 AI 스피커를 설치한 일인데요. 그동안 모아놓은 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 미니, 구글 홈 미니, 네이버 클로바 등 AI 스피커 6종을 집안 곳곳에 설치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 놓았습니다.아기를 재울 때 자장가나 파도 소리를 틀어주고, 아기랑 놀 때는 AJR이나 빅터 우튼, 칙 코리아 같이 분위기를 띄워주는 아티스트(부모의 개취가 다분히 반영됨!)의 음악을 틀어줍니다. AI 스피커는 저만이 아니라 유정도 정말 많이 사용하는데 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AI 스피커는 조리원에 있을 때도 가져다 놨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매우 중요한 육아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힘든 점 🥲

초보 전맹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난감한 것은 육아에 필요한 각각의 과업과 단계들이 글 또는 말로 되어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영상들은 대부분 내레이션이 없고 육아 관련된 수많은 글은 아주 디테일한 행동까지 묘사해 주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눈으로 배워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좋은 점 ❤️

그럼에도 아기가 내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때 이 모든 걱정과 절망감이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아기의 체온에는 어른의 마음을 녹이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아기가 내 품에 폭 안겨서 잠들어 있을 때 저는 다른 아빠들과 똑같은 한 명의 아빠가 됩니다. 저의 장애를 잊고 오롯이 도도와 연결된 기분은 일종의 해방감이라고 표현할 만합니다.

이제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이니 앞으로는 더 많은 난관이 있겠지요. 그래도 도도는 우리 가족에 찾아온 가장 큰 행운입니다. 도도만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배우고 더 행복한 육아생활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