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교과서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엄마들이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교과서”

특별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강북구를 기반으로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각장애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전시회였습니다. 놀랍게도 전시된 작품은 교과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교과서와는 다른 교과서. 바로 대체교과서입니다.


혹시 대체교과서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점자책이나 확대교과서 같이 다른 형태의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국립특수교육원(이하 국특원)이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체교과서를 17개 시도교육청을 대리해서 제작하고 있죠. 그리고 시각장애 교사들도 바로 그 대체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각장애 교사들은 일정 부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교과서에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은 이미지를 통해 개념을 학습해야 하죠. 그런데 이미지를 점형으로 형상화하는 건 무척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국특원이 제공하는 대체교과서는 이 이미지들을 대부분 말로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을 몰라서 이미지가 수록된 교과서인데 그걸 다시 글로 설명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는 아이들이 중요한 개념들을 제대로 학습할 수가 없습니다. 참다못한 어머님들은 교과서를 새로 만들기로 하셨죠. 그렇게 탄생한 세상에 하나뿐인 ‘교과서’들이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시각장애 학생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점자 보도블록 따라 걷기, 시각장애인 스포츠 종목인 골볼 체험하기 등. 부모님들이 이 전시회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셨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체교과서에 관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시각장애 초등학생의 어머니인 임민지 님은 저에게 전시된 대체교과서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이 교과서들은 엄마들 입장에선 다시는 꺼내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제대로 된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꼭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버리지 않고 모아둔 것들이에요.”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저의 어머니는 저보다 먼저 점자를 배우셨죠. 그리고 제가 점자를 잘 쓰고 읽을 수 있도록 늘 옆에서 도와주셨습니다. 그나마 점자에 능숙한 교사들이 많은 맹학교에서도 부모님의 지원은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하물며 일반학교에 통합된 시각장애 학생들은 점자를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점자책으로 배워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사도 볼 수 있고 학생도 읽을 수 있는 대체교과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025년이면 새로운 교육과정과 함께 새로운 교과서가 도입됩니다. 하지만 또다시 부모님들이 직접 대체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제대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 학교와 사회의 책임이 아닐까요?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야 합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들과 그것을 구매해서 학교로 보급하는 교육청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출판사와 교육청 모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에서 국립특수교육원이 수십 곳의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수백 종의 교과서를 짧은 기간 내에 대체교과서로 제작하는 불가능한 일을 모두 떠안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글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글로만 설명된 교과서가 제공되는 불합리한 개발 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대체교과서가 있어도 선생님의 말에만 의존해서 공부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도 합리적인 형태의 교과서가 제공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전시회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하고 끝나지만 평등한 교육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 진정서 서명 & 공유: 임민지 님과 다른 부모님들이 함께 작성한 시각장애인 교과서 문제점 해결 진정서에 서명하고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여기를 눌러 서명 참여.


• 영상: 시각장애 학생 부모님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대체교과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 자막

지금 시각장애 학생 부모님들께서 자주 모임을 만드셨는데 그 자조 모임에서 준비한 전시회에 와 있습니다. 지금 제 옆에 펼쳐져 있는 것들은 일반 교과서들에 우리 시각장애인 저학년 어머님들께서 만드신 정말 독창적인 어떤 대체 교과서들이 있는데요. 지금 이렇게 노트의 점형 또는 촉각 자료로 이렇게 일일이 다 만드셨어요. 학교에서 나눠주는 대체 교과서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어머님들께서 직접 다양하게 지금 대체 자료를 만들어 주셨고 이렇게 넘겨보면 이렇게 점자를 배우는, ‘니은’ 모습인 것 같은데요. 이거는 이렇게 점형을 또 이렇게 스티커 같은 걸로 표현을 해 주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서 대체자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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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료 전시 추천 : 시각장애 체험형 공감 <무얼 할 수 있겠어?> (~5/19) : 네이버 블로그

전맹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의 30일 육아 체험기 👶

도도가 세상에 나온 지 30일이 되었습니다! 🎉 원래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 건 5월 3일 밤인데 올리는 건 5월 5일 점심에서야 가능하네요~ 육아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ㅎ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로서 어려운 점 😓

예상대로 아빠로서의 역할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눈이라는 감각 기관의 도움 없이 소리와 촉각으로만 새로운 기능과 행동양식을 배운다는 건 정말이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간단하게는 아기를 안는 자세에서부터 분유를 타는 일까지 뭐 하나 자연스럽게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편안하게 안는 자세와 트림시킬 때 안는 자세가 다르고 젖병을 물리는 각도도 아이가 분유를 마시는 양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져야 합니다. 조리원에 있을 때 관리사님들의 팔 각도를 일일이 만져보고 실습해 봤지만 추가로 유정의 가이드를 수도 없이 받고 나서야 아기의 머리와 허리가 일직선이 되는 각도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젖병을 물리는 일은 아기의 입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한 팔로 아기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젖병을 들다 보니 아이가 얌전히 입이 벌려줄 때는 그나마 쉽게 입의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마구 몸부림을 칠 때는 정확히 젖병을 가져다 대주는 것부터가 어려웠습니다.


육아 과업별 난이도 분석 📊

아빠가 할 일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젖병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제때 꺼내주는 일(이걸 '열탕 소독'이라고 부르더군요)은 조심스럽게 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젖병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육아 과업은 다양한데요. 오늘은 육아 30일 동안 전맹 시각장애인 초보 아빠 입장에서 해 본 일을 중심으로 과업의 난이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 안아주기 (난이도: 하): 처음에 안전한 자세 교육이 필요하지만 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워집니다.
  • 젖병 물리기 (난이도: 중): 입 찾기, 마시는 속도에 따라 각도 기울이기 등 섬세 작업이 필요합니다.
  • 젖병 씻기 (난이도: 하): 위생을 위하여 젖병 씻기 전용 세제, 전용 솔, 전용 바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는 설거지와 비슷.
  • 젖병 열탕 소독 (난이도: 상): 젖병을 끓는 물에 넣고 제때 꺼내어 전용 트레이에 올려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젖병 소독기 사용 (난이도: 상): 열탕 소독까지 마친 젖병을 건조시키고 소독시키는 작업인데 전용 소독기에 음성 피드백이 없어서 세부 설정을 조작하기가 어렵습니다.
  • 트림시키기 (난이도: 하): 아기가 트림하기 좋은 자세로 안고 등을 문지르거나 살작 다독여 줍니다. 안는 자세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 기저귀 갈기 (난이도: 중): 기저귀 갈기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배변 상태를 봐서 적시에 해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 옷/스와들업/속싸개 입히고 벗기기 (난이도: 중): 옷감이 부들거려서 모양을 파악하고 방향을 맞추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 분유 포트 사용 (난이도: 상): 물을 끓여주고 분유에 적당한 온도인 36°C~37°C에 맞게 보온시켜 주다가 설정한 양만큼 출수키시는 용도인데 터치 버튼이고 음성 피드백이 없어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 목욕시키기 (난이도: 상): 세숫대야 2개와 아기 욕조 1개를 준비해 놓고 얼굴, 머리카락, 몸통을 차례로 씻겨준 후 헹궈주고 빠르게 건조시켜주어야 합니다. 아기 귀나 코에 물이 들어갈 수 있고 미끄러워서 놓치기 쉬우므로 옆에서 잡아주는 등 제한적인 역할만 가능합니다.
  • 엉덩이 물로 씻기기 (난이도: 상): 아기가 대변을 보았을 때 세면대나 씽크대에서 엉덩이를 씻겨줍니다. 판때기처럼 생긴 전용 비대를 받쳐놓고 씻길 수 있습니다. 목욕시키기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역시 안전상의 이유로 역할이 제한됩니다.

시각장애인 아빠의 육아 필수템 🍼

그래도 분유를 타는 일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수월해졌습니다. 브레짜 분유 제조기가 시각장애인들의 구세주이더라고요. 분유와 물을 넣어주면 7초 만에 정확한 비율에 따라 미리 설정해 둔 양의 분유가 제조되어 커피 머신처럼 젖병에 쏟아집니다. 비단 시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많이들 사용하는 기계인데 시각장애인 육아 동지들에게는 필수품인 것 같습니다! (미리 알고 선물해 준 장교조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브레짜와 관련해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설정한 양보다 10mL 정도 더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점만 기억한다면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육아템인 것 같습니다.


* 사진 by 유정

설명: 브레짜 분유 제조기. 제품의 윗면에 여섯 개의 버튼이 있다. 마치 한소네 버튼처럼 왼쪽에 3개, 오른쪽에 3개씩 있다. 중앙부에는 LCD 디스플레이가 있다. 버튼 아래 아이콘 모양의 LG전자 점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브레짜의 버튼 구성은 오른쪽부터 다음과 같습니다.

  • 전원 버튼
  • 시작 버튼
  • 출수량(mL) 조절 버튼
  • 온도 조절 버튼
  • 청소 버튼 (물 빼는 용도)
  • 분유 브랜드 선택 버튼 (분유 제조사별로 할당된 번호가 다르며 각 브랜드에 해당하는 번호는 브레짜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주는 육아템 💡

제가 도도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다. 온 집안에 AI 스피커를 설치한 일인데요. 그동안 모아놓은 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 미니, 구글 홈 미니, 네이버 클로바 등 AI 스피커 6종을 집안 곳곳에 설치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 놓았습니다.아기를 재울 때 자장가나 파도 소리를 틀어주고, 아기랑 놀 때는 AJR이나 빅터 우튼, 칙 코리아 같이 분위기를 띄워주는 아티스트(부모의 개취가 다분히 반영됨!)의 음악을 틀어줍니다. AI 스피커는 저만이 아니라 유정도 정말 많이 사용하는데 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AI 스피커는 조리원에 있을 때도 가져다 놨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매우 중요한 육아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힘든 점 🥲

초보 전맹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난감한 것은 육아에 필요한 각각의 과업과 단계들이 글 또는 말로 되어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영상들은 대부분 내레이션이 없고 육아 관련된 수많은 글은 아주 디테일한 행동까지 묘사해 주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눈으로 배워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 아빠로서 가장 좋은 점 ❤️

그럼에도 아기가 내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때 이 모든 걱정과 절망감이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아기의 체온에는 어른의 마음을 녹이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아기가 내 품에 폭 안겨서 잠들어 있을 때 저는 다른 아빠들과 똑같은 한 명의 아빠가 됩니다. 저의 장애를 잊고 오롯이 도도와 연결된 기분은 일종의 해방감이라고 표현할 만합니다.

이제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이니 앞으로는 더 많은 난관이 있겠지요. 그래도 도도는 우리 가족에 찾아온 가장 큰 행운입니다. 도도만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배우고 더 행복한 육아생활해 보겠습니다! 🎶

📱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iPhone 앱: 영어 콘텐츠 및 생산성 도구 관련 앱 12개 🛠

현재 기준으로 나의 iPhone 홈 화면에 있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지난번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실제로도 사용하고 있는 앱 13개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영어 콘텐츠 및 생산성 도구 분야에서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12개를 모았습니다.

접근성과 사용자 경험(UX)은 이번에도 말할 나위 없이 앱 선택에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앱들 역시 iPhone의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오버를 통해 충분히 접근 가능하고 사용하기 쉽게 설계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앱들은 영어교사로서 저의 전문성을 키우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앱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오디오에 특화되어 있거나 오디오 기능이 강력한데요. 시각장애인으로서 콘텐츠나 생산성 분야 모두에서 오디오가 기본 매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소개하는 앱 중 다수는 유료 가입을 통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료로 사용하는 앱은 괄호 안에 표시했습니다.


스포티파이(유료)

음악, 팟캐스트 및 오디오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다양한 플랫폼 및 기기와 쉽게 연동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앱이다 보니 국내 트렌드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고 추천 알고리듬도 훌륭합니다. 현재는 영어권 국가에서만 오디오북 스트리밍이 되고 있지만 향후 한국 등 다른 언어권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포티파이의 가장 좋은 점은 PC 및 AI 스피커들과 심리스하게 전환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iPhone에서 음악을 듣다가 ‘다른 기기로 연결’을 선택하면 음악이 끊김 없이 바로 선택한 기기에서 재생됩니다.


애플 팟캐스트

애플이 제공하는 기본 팟캐스트 앱으로,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팟캐스트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 다른 앱도 많지만 결국은 이 앱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올해 초에 업데이트된 iOS 17.4 버전부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로 된 팟캐스트는 자동으로 스크립트를 생성해 주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어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udible (유료)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오디오북 및 오디오 콘텐츠 제공 서비스입니다. 수십만 개의 오디오북, 팟캐스트, 오리지널 시리즈 등을 제공하며,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아우릅니다.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Audible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오디오북과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8년부터 Audible을 듣기 시작했는데 편의성을 떠나 이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접한 오디오북들이 많아서 정서적으로도 이 플랫폼을 떠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TuneIn

세계 여러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앱입니다. 뉴스, 음악, 스포츠, 토크쇼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실시간 방송을 들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BBC 라디오나 월드컵 중계와 같이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듣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Economist (유료)

1843년에 창간된 영국의 경제 주간지 The Economist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앱입니다. 경제, 정치, 과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층 분석과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인터페이스가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거의 모든 주요 기사를 오디오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NYT Audio (유료)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 타임스의 주요 기사와 팟캐스트를 오디오 형식으로 제공하는 앱입니다. 기존의 NYTimes 앱과는 달리 오로지 오디오 콘텐츠만을 위해 만들어진 앱으로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오디오 퀄리티가 높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낭독하는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팟캐스트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데 오디오 뉴스 콘텐츠임에도 다양한 음향 효과와 편집으로 시네마틱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Speechify (유료)

텍스트-투-스피치(TTS) 기술을 사용하여 텍스트를 오디오로 변환해 주는 앱입니다. 책, 문서, 웹 페이지 등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Gmail, Dropbox, Kindle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개인이 소유한 문서를 불러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Speechify의 가장 큰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품질의 목소리입니다. 미스터 비스트, 귀네스 팰트로, 스눕 독 같은 셀럽들의 목소리부터 자연스러운 AI 목소리까지 언어별로 다양한 목소리와 읽기 속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인 클리프 와이츠먼(Cliff Weitzman) 자신이 난독증이 있으며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 기술로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Zoom (유료 멤버십 제공)

원격 화상 회의, 웨비나,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입니다. 연결 품질이 매우 높고 다양한 고급 설정을 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접근성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Zoom은 이제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이 되었습니다. 구글 캘린더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고 Zoom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앱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구글 렌즈, 맞춤화된 뉴스피드 등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합니다. 최근에 제미나이(Gemini) 기능이 추가되어 GPT-4 수준의 채팅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사를 선택한 후 ‘더 보기’를 누르고 소리내어 읽기를 선택하면 기사를 음성으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읽기 속도 조절이 지원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검색, 일정 관리, 스마트 홈 제어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AI 기반 가상 비서입니다. iPhone에서도 이 앱을 설치하면 구글 어시스턴트를 음성 비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화 걸기, 인터넷 검색, 음악 재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 앱에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구글 캘린더에 일정 추가하기입니다. 음성만으로 일정을 추가할 수 있고 나중에 별도의 앱이나 웹에서 손쉽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챗GPT (유료 멤버십 제공)

오픈AI가 개발한 자연어 처리 기반의 대화형 챗봇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언어 모델인 GPT-4를 사용하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터넷 검색과 이미지 인식 및 생성이 가능합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결하거나 특정한 주제에 관해서 브레인스토밍해야 할 때 대화 상대로 유용합니다. 특히 ‘대화 모드’를 사용하여 타이핑 없이도 음성으로 끊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세계 주요 언어를 모두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여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장벽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Perplexity (유료 멤버십 제공)

2022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인 Perplexity AI가 개발한 대화형 검색 엔진입니다. 구글과 달리 검색 결과 링크를 보여주는 대신 웹사이트와 기사를 요약해 대화 형태로 답변해 줍니다. 검색엔진에 LLM을 통합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Bing의 코파일럿과 비슷하지만 최신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속도가 더욱 빠르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앱에서 음성 지원이 되며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SK텔레콤과의 파트너십으로 한국에 맞춤화된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앱들은 영어로 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면서 동시에 업무와 학습 면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앱들입니다. 여러분이 즐겨 사용하는 영어 콘텐츠, 앱이나 생산성 도구 앱이 있다면 댓글로 소개해 주세요! 💬

[후기] LG전자가 개발한 작지만 중요한 아이템, 점자 스티커 - 시각장애인 사용자라면 꼭 설치하세요. (워시타워 작동 영상 포함)

요약: 이 글에서는 3년 전에 가전의 접근성 개선을 기대하며 했던 노력들, 이번에 LG전자의 점자 스티커를 가전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겪은 감동적인 경험, 점자 스티커의 종류와 부착 원리, 앞으로에 대한 저의 기대를 소개합니다.


들어가며


아기 도도의 출산을 기다리면서 예비 아빠로서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 분야는 가전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스마트 홈 구축을 위해 AI 스피커들도 연결하고 집 안에 있는 여러 기기의 사용법도 처음부터 다시 익혔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아이가 나올 텐데 집안일에서 버벅대면 안 되겠죠?


가전이 장벽으로 느껴졌던 3년 전...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가전이 버튼 없이 터치로만 작동하도록 개발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사실 시각장애인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만져지지도, 소리가 나지도 않는 가전 앞에서 시각장애인은 집안에서조차 소외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3년 전, 저는 이 문제에 관해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고 국가인권위에 장애인차별 진정을 넣기도 했었죠. 저의 페이스북 글을 본 강민정 국회의원님께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도 발의해 주셨습니다. 저의 활동은 아래 기사들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다를까?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LG전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티커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스마트 홈 앱인 LG 씽큐(LG ThinQ) 앱에 음성 피드백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른바 로테크(Low technology)에 해당하는 점자와 하이테크(high technology)에 해당하는 앱 활용을 잘 조합하면 가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를 가능케 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언제나 서비스입니다. 제가 인권위 진정을 넣었던 내용 중 하나는 LG전자에서 장애인 사용자에 대한 안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이 얼마나 개선되었을지에 대해서는 큰 확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검색해 보니 장애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LG전자의 블로그 글이 몇 편 나왔습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징조였습니다.



사실 이런 마케팅은 중요합니다. LG전자가 장애인 등 다양한 사용자를 위에 어떤 것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고,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심어 주니까요. 그래서 저는 바로 다음 날 LG전자의 대표 번호인 1544-7777번으로 전화를 걸었죠. 그러고 나서 경험한 일은 저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이었다!


먼저, 고객센터 상담사는 매우 친절하게 저의 상황과 요구를 파악했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 저에게 콜백을 해 주었습니다. 저의 지역인 강동서비스센터에서 집에 직접 방문해 점자 스티커를 설치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설치 당일, 놀랍게도 강동서비스센터 직원만이 아니라 LG전자 본부에서 연구원님 두 분이 함께 나오셨습니다. H&A사업본부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과 이지연 연구원님이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제가 어찌 된 영문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세 분은 저의 손에 LG전자가 직접 개발한 점자 스티커 꾸러미를 쥐여주며 점자 스티커의 원리와 가전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은 점자 스티커를 직접 개발한 분이셨습니다. 저처럼 많은 가전에 한꺼번에 점자 스티커를 설치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LG 고객센터에 점자 스티커 설치까지 신청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해 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점자 스티커를 배송받아서 스스로 설치하거나 가전을 구매할 때 설치 기사님이 붙여주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점자 스티커의 종류와 원리에 관해서 짧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진: LG전자가 개발한 가전용 점자 스티커]

사진 설명: LG전자의 점자 스티커 세트. 검은색의 포장지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점자 스티커 세트를 올려놓았다. 다양한 가전 제품의 기능을 나타내는 아이콘(예를 들어, 전원, 재생 및 일시정지, 플러스, 마이너스 등의 기호를 상징하는 아이콘) 등이 점자로 표현되어 있다. 포장지에도 ‘LG전자’라는 글자가 점자로 표시되어 있다.


스티커의 종류는 어느 제품에나 붙일 수 있도록 범용성이 있는 아이콘 모양의 스티커 10종, 0부터 9까지의 숫자 스티커 그리고 (이게 정말 혁신적인데) 손가락이 움직이는 길을 표시해 주는 직선 모양의 가이드라인 스티커, 이렇게 세 가지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스티커를 부착하는 원리는 먼저 손가락이 닿을 만한 위치에 아이콘이나 숫자 스티커를 붙이고, 거기서부터 터치 버튼까지의 길을 가이드라인 스티커로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터치 버튼이 보통 기기 본체에서 매우 좁은 면적에 위치해 있고 살짝만 닿아도 작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콘이나 숫자 스티커가 터치 버튼에 겹쳐서는 안 되고, 실제 버튼의 좌우 또는 상하 2c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붙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가이드라인 스티커를 수직 또는 수평으로 정확히 붙여 줍니다.

이렇게 하면 시각장애인이 터치 버튼의 위치를 잘 모르더라도 점자 스티커를 따라가면서 원하는 터치 버튼을 한 번에 정확하게 누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모양과 사용법은 게시물 하단에 있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은 저의 집에 있는 가전을 하나하나 돌며 점자 스티커를 붙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점자 스티커의 모양과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며 스마트폰 앱과 어떻게 연동이 되는지까지 확인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가전제품의 기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도 미세 작업이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에 저희 집에서 점자 스티커를 설치한 가전은 로봇청소기, 에어컨, 스타일러, 오븐, 냉장고, 식기세척기, 워시타워, 등 LG 가전 7종과 밥솥, 인덕션, 제습기, 가습기, 보일러 온도조절기, 그리고 나중에 제가 따로 설치한 AI 스피커 등 다른 브랜드 가전 6종까지 총 13종이었습니다. 이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LG전자가 개발한 점자 스티커는 꼭 LG 가전이 아니어도 집 안에 있는 어느 가전에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니 박세라 연구원님은 아이콘 모양의 스티커를 원래 30종 정도 개발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촉각 인지력을 고려하여 실제 패키지에는 10종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10종은 직관적인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밋밋한 터치 버튼을 불편해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자 스티커가 의미하는 것은 점자 그 이상


집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가전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준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단순히 감사한 정도가 아니라 3년 전 혼자 싸우면서 느꼈던 서러움까지 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점자 스티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개발하기 위해 선임 연구원님이 거쳤을 수많은 기획 회의와 시행착오가 예상되어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품의 완성은 서비스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습니다. 가전제품은 궁극적으로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oT가 발달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접근성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애인 사용자에게 획기적인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과 기계 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직관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기본은 충실히 지켜주어야 합니다. 점자 스티커는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이 없이도 독립적으로 가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스마트폰이 있다면 더욱 풍성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점자는 어떠한 첨단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직관적 매체이고 다른 모든 수단을 보완·강화 하는 토대가 되어 줍니다.


이후에 조사해 보니 LG전자는 디자인과 서비스 모든 면에서 가전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려는 ‘심리스 테크놀로지(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기술 트렌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많이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IoT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제정하는 단체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최근에 의장사를 맡았던 것도 가전과 생활의 연결을 중시하는 LG전자의 접근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점자 스티커와 같은 작은 디테일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닌까 합니다. 진정한 ‘심리스’가 구현되려면 역으로 현재 가장 심리스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사용자의 어려움을 반드시 살펴봐야 할 테니 말입니다. 앞으로 많은 브랜드가 LG와 같이 접근성(accessibility)을 사용자 경험(UX)의 사례 스터디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한편, 그런 의미에서 LG전자가 개발한 점자 스티커를 어떤 기업이든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 샘플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오픈소스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것처럼 LG전자의 점자 스티커가 범용화되면 더 많은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다양한 기업의 접근성 기술 발전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오며


도도의 출산을 기다리며 집을 더욱 접근성 높은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도도가 나오면 집 곳곳에서 점자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 유정의 가사 부담도 조금이라도 더 덜어줄 수 있겠지요! 제가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늘 그랬듯 환경을 사소하게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도도에게는 장애인 아빠가 비장애인이 중심인 세상에서 ‘심리스’하게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P.S.: 점자 스티커를 사용해서 워시타워를 작동시키는 영상


더 살펴볼 만한 글과 영상


📱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iPhone 앱: 시각 보조, 보행 및 교통, 금융, 가전 관련 앱 13개 👀

현재 기준으로 나의 iPhone 홈 화면에 있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을 소개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앱을 사용할 때 접근성과 사용 경험(UX)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개하는 앱들은 iPhone의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오버로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화면 구성이 심플해서 사용이 간편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시각 보조, 보행 및 교통, 금융, 가전 분야에서 사용하는 앱 13개를 모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영어 콘텐츠 및 생산성 도구 분야의 앱 12개를 소개합니다. 그럼 먼저 저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앱 13개입니다.


Be My Eyes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영상 통화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앱입니다. 전 세계에서 봉사자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24시간 사용 가능합니다. 미리 설정해 둔 언어로 봉사자를 연결하기 때문에 서로 말이 안 통할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될 때 찾게 되는 최후의 보루 앱입니다. 개인적으로 가게 입구를 찾거나, 컴퓨터 화면을 보거나, 도시가스 계량기 숫자를 볼 때 제일 많이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집안에서 로봇 청소기가 어디에 멈췄는지 찾는 데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Seeing AI

AI를 이용해서 시각 정보를 알려주는 앱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했습니다. 문서 읽기, 사물 인식, 사람과 표정을 인식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Be My Eyes가 봉사자를 연결하는 데 대략 30초 정도 걸리고 누군가 내 사적인 공간을 본다는 부담이 있다면, Seeing AI는 빠르고 사생활 침해 걱정이 없습니다. 짧은 텍스트의 경우 실시간으로 읽어준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설리번 플러스

Seeing AI와 비슷한 기능의 국내 앱입니다. 투아트가 개발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AI 기반 앱으로 글자 인식, 색상 및 빛 감지, 사물과 얼굴 인식 기능을 제공합니다.

사진을 매번 찍어야 하는 점이 번거롭지만 화면 구성이 심플해서 편리합니다. 얼굴 인식 모드에서 나이를 젊게 이야기해 줘서 재미로 친구들과 가지고 놀기도 좋습니다.


Light Detector

빛을 감지하여 소리로 바꿔 줍니다. 밝은 빛은 높은음으로 어두운 빛은 낮은음으로 표현합니다. 앱을 실행하자마자 별다른 추가 동작 없이 바로 작동하므로 설치만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수로 집안에 불을 켜둔 곳이 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을 때 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빛을 소리로 바꿔준다는 발상이 기발해서 보조공학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소개합니다.


보행자용 지도 내비게이션

보행자를 위한 길 찾기 앱으로 최적의 도보 경로를 제공해 목적지까지 안내합니다. 박정규님이 개발했습니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미터로 표시해 주고, 가까워지면 실시간으로 미터 수가 1미터씩 줄어듭니다. 모퉁이를 돌아야 하거나 길을 건너야 할 때 10미터 전에 음성과 진동으로 알려주고 그 지점에 있는 상호도 알려줍니다.

대다수 내비게이션 앱이 접근성과 사용 경험이 좋지 않아 사용하기 어려운데 그에 비하면 혁신적입니다. 실제로 개발자가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 때 사용하면 방향 잡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다만 경로를 이탈하면 다시 현위치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므로 아예 모르는 길을 갈 때 이 앱에만 의지하는 것은 안전상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비콜바우처

서울에서 사용하는 장애인바우처 택시 호출 앱입니다. 바우처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나비콜이나 온다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을 사용하려면 먼저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바우처 택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 신장장애인뿐 아니라 기존 장애인콜택시 회원도 사용 가능합니다.

최근에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콜센터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앱 사용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택시 위치가 지도에 뜨지만 보이스오버로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비시각장애인인 동행자가 있는 경우 이 기능도 유용합니다.


카카오지하철

지하철 이용자를 위한 앱으로 실시간 도착 정보, 최적의 경로 및 요금 정보를 제공합니다.

소요 시간을 정확히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역사마다 전화번호가 있어서 가고자 하는 역사에 도우미 신청을 할 때 유용합니다.


카카오T

택시 호출부터 대리운전, 주차장 찾기까지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비콜택시가 잡히지 않거나 가까운 거리를 갈 때 가끔 사용합니다. 보이스오버로 접근 가능하지만 화면을 탐색할 때 포커스가 튀는 경우가 있어 사용 경험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장애인 할인 혜택이 없습니다. 꼭 요금 할인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추가되고 UI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장애인 사용자가 이용할 것 같습니다.


토스

간편 송금, 금융 관리, 다양한 금융 상품 비교 및 가입을 지원하는 종합 금융 서비스 앱입니다.

접근성과 사용 경험 면에서 어떠한 금융 앱보다 뛰어납니다. 개인적으로 송금과 자산관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입니다. 장애인의 날 이벤트로 점자 카드 쓰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높은 장애 감수성을 보여주어 사용자 평이 매우 좋습니다.


카카오뱅크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은행 앱입니다.

여타 금융 앱들과 비교해서 화면 구성이 심플합니다. 통장 개설이 간단하고 모임통장 관리 등 다른 금융 앱에는 없는 기능도 있습니다. 거래 내역을 엑셀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주거래 통장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경조사 때 입금 통장으로 사용해 본 결과 편의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KB스타뱅킹

KB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으로 계좌 관리, 송금, 금융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보이스오버로 접근이 용이하며 자산관리, 대출 상환 등 중요한 금융 업무를 충분히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창구에서는 몇 시간 걸릴 일을 단 몇 번의 탭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메뉴가 많고 복잡하여 사용 경험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모바일 앱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LG ThinQ

LG 가전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앱입니다. 집안에 있는 LG 가전을 WiFi로 연결해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가전이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LG 가전을 사용한다면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앱입니다. 상태 변경, 예를 들어 세탁기의 세탁 종료나 냉장고 문 개방 알림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리모콘이 없는 가전 제품의 경우 특히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세탁이나 건조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에어컨 설정을 세부적으로 조절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로 인덕션, 세탁기, 오븐 등의 전원을 앱으로 켜거나 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나비엔 스마트 (구 나비엔 스마트톡 보일러)

경동 나비엔 보일러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앱으로 온도 조절,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온도조절기를 집안의 WiFi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보일러 온도 조절기가 터치 스크린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비엔 보일러를 최신 모델로 교체하는 경우 사용하면 유용합니다. 회원가입과 연결이 번거롭지만 한 번 연결해 놓으면 인터페이스가 심플해서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AI 스피커와 연동할 수 있고 집 밖에서도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도를 스스로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이 13개 앱은 저의 독립적인 생활에 꼭 필요한 앱들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하시는 일상생활 필수 앱은 무엇인가요? 추천하고 싶은 앱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