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꼬물거리는 도도에게 - 100일을 맞아 아빠가 보내는 편지

이 글은 오디오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levenLabs

도도야, 네가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는 참 많은 소중한 순간을 함께했어.

엄마랑 아빠가 처음 만난 건 대학원이었어. 엄마 아빠 모두 그때까지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 그래서 어찌 보면 엄마랑 아빠가 통번역을 배우는 대학원에서 만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엄마랑 아빠가 처음 서로 알게 된 건 2013년 가을의 어느 날이었어. 그때 엄마는 아빠를 먼저 발견하고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단다. 만일 그때 엄마가 아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함께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엄마랑 아빠는 지금처럼 함께 살고 있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단다.

그때 그 설레는 첫 만남으로부터 1년이 지나 이번에는 아빠가 엄마에게 먼저 연락했어. 엄마는 그때 잠비아라는 나라에 있었단다. 도도가 커서 언젠가는 가게 될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있는 나라야. 엄마는 그때 일하느라 많이 바빴을 텐데 아빠가 연락했을 때는 마침 모기장을 치고 누워서 쉬고 있다고 했어. 엄마는 반갑게 답장을 해주었고 아빠는 그 답장에 용기를 얻었어. 

다시 6개월 정도가 흘렀어. 2015년 봄의 어느 날, 엄마랑 아빠는 벚꽃이 흩날리는 서울의 한 골목길을 걷고 있었어. 그때 엄마랑 아빠는 처음으로 팔짱을 끼었단다. 서로 호감이 있는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봄 길을 걷는 기분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기분이란다. 도도도 꼭 그런 경험을 해보길 바라.

엄마랑 아빠는 그 후로 그렇게 팔짱을 끼고 세상 곳곳을 여행했단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아나카오, 모론다바, 모리셔스, 쾰른, 안트베르펜, 암스테르담. 모두 언젠가는 도도도 가 볼 곳이야. 정말 멋진 곳들이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경험하며 엄마랑 아빠는 누구 못지않게 즐거운 젊은 시절을 보냈단다.

엄마 아빠가 만난 지 10년 가까이 흐른 2023년 여름, 드디어 도도가 엄마 아빠에게로 왔어.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으로 손톱보다도 작은 도도를 확인했을 때 그 감격은 잊지 못해. 엄마는 신이 나서 아빠에게 도도의 생김새를 설명해 줬어. 아빠는 도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너무 행복했어. 아빠는 도도가 엄마 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고, 도도는 정말 그렇게 잘 자라주었어.

참고로 엄마는 도도가 뱃속에 있을 때도 온 동네를 열심히 돌아다녔단다. 하루 만 보 걷기를 실천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했어. 도도도 그때가 기억나니?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을 거야! 도도가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난 건 다 그런 엄마의 노력 덕분이란다.

오늘로부터 100일 전, 2024년  4월 3일, 도도는 이 세상에 태어났어. 오후 3시 31분, 아빠는 분만실 밖에서 도도의 울음소리를 명확히 들었단다. 힘차고 불만이 가득 섞인 울음소리였어. 엄마 뱃속이 편한데 왜 나를 밖으로 내보내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그조차도 너무 귀엽고 대견했단다. 도도는 내내 울지 않고 가만히 세상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 같았어.

도도야,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100일을 기념해서 가족이 모두 모였어. 도도가 엄마 아빠에게 온 후로 우리 집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단다. 도도는 우리 가족을 완성시켜주었어. 도도가 아빠에게 찰딱 붙어 있을 땐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아.

도도야, 많이많이 사랑해. 앞으로도 지금처럼 멋지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게.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2024년 7월 13일

도도의 아빠

헌용



사진 설명

1. 백일상 앞에 헌용과 유정이 파란 한복을 입은 도도를 안고 있다. 헌용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질 정도로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다. 유정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행복감이 얼굴에 가득하다. 도도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백일상에는 케이크, 떡, 과일, '백일' 장식이 있으며 꽃과 인형들로 꾸며져 있다. 배경에 '백일' 현수막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2. 백일상 앞에 앉아있는 도도의 클로즈업 사진이다. 도도는 남색 한복과 꽃 장식이 달린 전통 모자를 쓰고 있다. 양손으로 한복 상의를 잡고 있으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고 있다. 양손에는 금색 팔찌가 보이고 입은 살짝 벌어져 있다. 주변에는 '百'(백) 글자가 새겨진 장식과 다양한 백일 상 소품들이 보인다. 도도의 통통한 볼과 귀여운 표정이 돋보이는 사진이다.

Note: 사진 설명은 Claude가 작성했습니다. 실제 모습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며

오늘 산후조리원으로 잘 옮겼습니다. 😂 유정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도도도 건강해요~ 축하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첫 아이를 낳으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삶에서 이렇게 중요한 순간은 몇 번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도도의 출산은 우리 커플이 2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준비해 온 것이었습니다. 이것에 관해선 언젠가 따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엔 지난 2년보다도 더욱 강렬했던 지난 1주일을 돌아보며 그저 가슴을 쓸어내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행복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 부부에게 서로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유정이 제왕절개 수술을 하던 날 새벽, 저는 묘하게도 슬픈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아이가 찾아 온 것은 너무나도 큰 행복인데 그와는 별개로 우리 커플의 삶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황스럽게도 어떤 거창한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설거지 같이 사소한 일을 하면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오늘 산후조리원으로 옮기기 직전 유정과 잠시 집에 들렀을 때 유정 또한 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같이 수없이 탔던 엘리베이터인데 왠지 우리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 작은 순간이 그리울 것 같다며 눈물이 나더라면서요.

감정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지난 9년 동안 유정과 제가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도전을 함께했지만 어쩌면 정말 소중한 것은 이런 설거지나 엘리베이터 타기처럼 작은 일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우리 둘만의 일상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대신 도도와 함께하는 더 행복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잘살았다며 서로를 위로해 주고 이제 다시 함께 새로운 챕터를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삶도 어떤 거창한 의미 때문이 아니라,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 있기 때문에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긴 글을 쓸 시간은 없겠지만, 그래도 종종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짧게라도 행복한 단상을 나누겠습니다.

도도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추억 많이 만들자!

도도의 첫 모습!

도도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태어난 시각은 4월 3일 오후 3시 31분입니다.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합니다~ 😂

몸무게가 4KG나 되어서 제왕절개로 나왔는데요,

유정에 따르면 아직 만기일이 4일이나 남았는데 강제로 방을 빼야 해서 나오자마자 그렇게 서럽게 운 것 같다고... ㅎㅎㅎ

아빠고 뭐고 다 싫다는듯 우렁차게도 우네요~~ ㅋㅋㅋ


도도를 안아 봤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 꼼지락꼼지락하던 딱 그 느낌으로 손발을 움직이는데 어찌나 익숙하던지...

그래, 니가 엄마 뱃속에서 이렇게 놀았지! 그래그래, 너인지 딱 알겠다!

이젠 아빠랑 놀자!


도도는 아들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유정을 더 닮았다고 하는데 입술은 저를 닮았다고 하네요~

아기 때는 자주 얼굴이 바뀐다고 하던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유정은 도도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저의 어머니도 도도를 보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사실 저도 수술을 앞두고 새벽부터 계속 눈물이 났는데요.

2년 전, 임신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이 날만 바라보며 노력해 준 유정에게 너무 고마워서였습니다.

그런 엄마, 아빠, 할머니한테 "나도 힘들어요!" 하면서 앙앙 우는 도도가 마냥 예쁘네요!


도도야, 우리 행복하게 살자!

니 마음 잘 헤아리는 아빠가 될게!



[영상 캡션]


헌용: 도도가, 좀 늠름한 편인 것 같은데? 응? 늠름한 편인 것 같은데? 도도야, 벌써 막 꼼질꼼질...

도도: (귀찮다는 듯) 앙앙앙~~~

헌용: 괜찮아, 괜찮아~~ 에이그...

도도: (저리 가라는 듯) 앙앙앙~~~

헌용: 히히히 아빠야, 아빠야, 아. 빠.

도도: (여전히 귀찮다는 듯) 앙앙앙~~~

헌용: 사랑해~ 괜찮아~

도도: (사랑해도 소용 없다는 듯) 앙앙앙~~~


P.S.: 사진은 저녁에 신생아실 유리벽 넘어로 장인어른이 찍어주신 도도의 자는 모습입니다.

AI 사이트를 이용해서 유정과의 만남을 영어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

지난 2023년 크리스마스에 StoryBird라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유정과의 만남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

이 사이트는 이야기의 줄거리만 넣으면 그림책으로 완성해 주는데요. 제가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영어 내레이터 음성입니다. Sir Richard라는 내레이터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있자니 정말로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 지네요! 🎶

한국어로도 제작이 가능하지만 오디오 내레이션까지 입힐 수 있는지는 확인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정과 벚꽃 나리는 서울 거리에서 처음으로 손 잡고 걸었던 것이 9년 전 이맘때네요~ 🌸💑

아래 링크를 누르면 그림책을 감상하실 수 있어요! 🌟


Melodies of the Soul - Story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