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건의 진짜 비극

1. 지난 2월 1일, 주호민 사건의 1심 결과가 나왔다. 피고인 특수교사의 일부 발언이 정서 학대로 인정되어 200만 원 벌금의 선고를 유예한다는 결정이었다. 선고유예는 형의 집행을 미룸으로써 형 집행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유죄 선고가 없었던 효력을 갖게 하는 제도이다.


2. 경미하다고는 하지만 정서학대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정서학대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정서학대는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것이다. 이참에 아예 근절하여야 한다.


3. 이 점에 대해서 교사들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


4. 그러나 여기에서 멈출 순 없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가 한 교사 개인의 일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학교 전체가 공범이다.


5. 대한민국의 학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학대와 차별을 자행해 왔는가? 장애학생을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 가두고 그들을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얼마나 열심히 수행하여 왔는가?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의료적 치료를 넌지시 권유하고 그들이 ‘전문가’라고 부르는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았는가?


6. 이번 사건도 다르지 않았다. 주호민 작가의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의 행동은 중재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학교는 처음에는 성폭력 가해자로 다루려고 했고, 전학시키라는 말도 안 되는 피해학생의 부모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했다.


7. 피해학생의 부모는 전학을 시킬 수 없으면 통합 시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장애아동을 격리하고 배제하려는 전형적인 차별적 발상이다. 당연히 피해 학생의 회복 지원은 학교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이뤄졌어야 한다. 그렇지만 장애아동을 ‘가해자’로 낙인찍고 배제하려는 발상은 선을 넘은 것이다.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것이다.


8. 이런 야만에 가까운 발언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중재를 위해 노력한 것은 피고 특수교사뿐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 중재를 위하여 개별화지원팀 회의를 개최한 것이 특수교사였다. 여기서부터 문제이다. 장애아동을 지원해야 하는 책임은 학교 전체에 있지 특수교사 한 명에게 있지 않다. 애초에 학폭 사안으로 봤다면 더욱이 사건 해결의 책임은 특수교사에게 있지 않다. 사건 자체가 통합 학급에서 일어났다고 하지 않았는가? 담임교사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때 교장과 교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회의에서 그들은 무슨 발언을 하였는가?


9. 학교가 비겁하다. 참으로 비겁하다. 지켜야 할 선도 지키지 못하고 특수교사에게 모든 일을 떠밀었다. 교육이 아니라 사건 처리를 맡겼다. 이것이 이 사건의 진짜 비극이다.


10. 학기 초부터 이런 어려운 일을 맡게 된 특수교사의 심정은 처참했을 것이다. 과도한 업무보다 더 비참한 것은 학교 내에서 아무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철저한 고립감이었을 것이다. 특수교사도 사람이다.


11. 특수교사에게 법적 책임이 있을지언정 도의적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학교 시스템이 고장나 있는데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는 돌을 던져라.


12. 나는 작년 서이초 사건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의 본질은 학교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학교 문화와 시스템이 주범이라고 보는 이유는 장애가 있는 교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매우 자주 겪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갑질이 아니더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교사는 장애인 교사 중에도 많다. 청각장애인교원에게 상식적으로 이뤄져야 할 통역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보행상장애가 있는 교사에게 당연하게 이뤄져야 할 교통편의 및 근거리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시각장애인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교재 및 업무 시스템 접근성 문제가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 활동에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그것을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니 숨이 막히고 우울증에 빠진다.


13. 특수교사들도 차별적 대우를 많이 당한다. 아주 많이 당한다. 제발 학교가 할 일을 하자. 교사 개개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바로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인권과 권리가 뭔지도 모르는 후진 학교 문화와 시스템이다.


<참고 링크>


아래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2023년 8월 3일 자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칼럼이다. 이 글에서 나는 이 사건이 일반 학교에서 궁지에 몰린 장애 아동의 학부모와 그들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특수 교사 사이에 벌어지는 전형적인 ‘생존 게임’의 양상을 띈다고 지적했다.

진짜 빌런은 학교다: 장애인 통합교육의 현실 - 슬로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