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며

오늘 산후조리원으로 잘 옮겼습니다. 😂 유정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도도도 건강해요~ 축하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첫 아이를 낳으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삶에서 이렇게 중요한 순간은 몇 번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도도의 출산은 우리 커플이 2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준비해 온 것이었습니다. 이것에 관해선 언젠가 따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엔 지난 2년보다도 더욱 강렬했던 지난 1주일을 돌아보며 그저 가슴을 쓸어내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행복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 부부에게 서로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유정이 제왕절개 수술을 하던 날 새벽, 저는 묘하게도 슬픈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아이가 찾아 온 것은 너무나도 큰 행복인데 그와는 별개로 우리 커플의 삶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황스럽게도 어떤 거창한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설거지 같이 사소한 일을 하면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오늘 산후조리원으로 옮기기 직전 유정과 잠시 집에 들렀을 때 유정 또한 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같이 수없이 탔던 엘리베이터인데 왠지 우리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 작은 순간이 그리울 것 같다며 눈물이 나더라면서요.

감정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지난 9년 동안 유정과 제가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도전을 함께했지만 어쩌면 정말 소중한 것은 이런 설거지나 엘리베이터 타기처럼 작은 일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우리 둘만의 일상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대신 도도와 함께하는 더 행복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잘살았다며 서로를 위로해 주고 이제 다시 함께 새로운 챕터를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삶도 어떤 거창한 의미 때문이 아니라,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 있기 때문에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긴 글을 쓸 시간은 없겠지만, 그래도 종종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짧게라도 행복한 단상을 나누겠습니다.

도도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추억 많이 만들자!

도도의 첫 모습!

도도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태어난 시각은 4월 3일 오후 3시 31분입니다.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합니다~ 😂

몸무게가 4KG나 되어서 제왕절개로 나왔는데요,

유정에 따르면 아직 만기일이 4일이나 남았는데 강제로 방을 빼야 해서 나오자마자 그렇게 서럽게 운 것 같다고... ㅎㅎㅎ

아빠고 뭐고 다 싫다는듯 우렁차게도 우네요~~ ㅋㅋㅋ


도도를 안아 봤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 꼼지락꼼지락하던 딱 그 느낌으로 손발을 움직이는데 어찌나 익숙하던지...

그래, 니가 엄마 뱃속에서 이렇게 놀았지! 그래그래, 너인지 딱 알겠다!

이젠 아빠랑 놀자!


도도는 아들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유정을 더 닮았다고 하는데 입술은 저를 닮았다고 하네요~

아기 때는 자주 얼굴이 바뀐다고 하던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유정은 도도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저의 어머니도 도도를 보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사실 저도 수술을 앞두고 새벽부터 계속 눈물이 났는데요.

2년 전, 임신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이 날만 바라보며 노력해 준 유정에게 너무 고마워서였습니다.

그런 엄마, 아빠, 할머니한테 "나도 힘들어요!" 하면서 앙앙 우는 도도가 마냥 예쁘네요!


도도야, 우리 행복하게 살자!

니 마음 잘 헤아리는 아빠가 될게!



[영상 캡션]


헌용: 도도가, 좀 늠름한 편인 것 같은데? 응? 늠름한 편인 것 같은데? 도도야, 벌써 막 꼼질꼼질...

도도: (귀찮다는 듯) 앙앙앙~~~

헌용: 괜찮아, 괜찮아~~ 에이그...

도도: (저리 가라는 듯) 앙앙앙~~~

헌용: 히히히 아빠야, 아빠야, 아. 빠.

도도: (여전히 귀찮다는 듯) 앙앙앙~~~

헌용: 사랑해~ 괜찮아~

도도: (사랑해도 소용 없다는 듯) 앙앙앙~~~


P.S.: 사진은 저녁에 신생아실 유리벽 넘어로 장인어른이 찍어주신 도도의 자는 모습입니다.

[도도에게 들려주는 유정과 헌용의 모험] 프롤로그. 아빠가 도도에게

아빠에겐 여행이 꽤나 어려운 일이야. 흰지팡이가 없으면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못 나가거든. 그런데 가끔은 흰지팡이가 있어도 길을 헤맬 때가 있어. 나갈 땐 괜찮은데 돌아올 때가 문제지. 종종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근처에서 의도치 않게 여행을 하곤 해. 엉뚱한 데 한눈을 팔다 보면 길을 잃는 거지(‘한눈 판다’는 표현이 아빠에겐 적절한지 모르겠구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다’는 뜻으로 쓴 표현이야). 그럴 땐 귀를 쫑긋 세우고 흰지팡이를 고쳐 잡아. 정처없는 나그네처럼 한참을 헤매다 보면 익숙한 지면이 발바닥에 느껴질 때도 있고 끝끝내 방향을 못 찾을 때도 있어. 못 찾을 때면 아빠는 엄마한테 영상 통화를 건단다. 엄마는 “헌용~”하고 외치면서 전화를 받지. 그리곤 카메라를 요리조리 돌려보게 한 후 길을 알려줘. 그럼 아빠의 여행은 안전하게 끝이 나는 거야.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거지.


엄마는 아빠에게 늘 그런 존재였단다. 응, 그래. 내비게이션 같은 존재. 아빠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면 엄마는 길을 안내해주곤 했어. 그런데 엄마도 여느 내비게이션이랑은 조금 달라서 빠른 길을 알려주진 않았단다. 항상 아빠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로 데리고 가곤 했거든. 그렇게 아빠는 엄마랑 많은 여행을 했어. 응, 맞아. 엄마만의 여행 방식 있잖아. ‘유정 투어’. 엄마는 그게 세상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라고 했어. 남들은 목적지를 정하고 어떻게든 거기까지 빨리 가려고 하는데 엄마는 달랐지. 그렇게 갈 거면 택시를 부르라는 거야. 엄마랑 갈 거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해.


앞으로 쓸 글은 그렇게 아빠랑 엄마랑 유럽에 다녀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란다. 2023년 1월이었어. 아빠가 유럽에 가고 싶은 이유는 하나였어. 생애 최초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 아빠는 그것만으로 족했지. 멋지지 않니?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 아빠가 세상을 볼 수 있을 때 마지막으로 본 것들이 거기에 있었어. 쾰른대성당의 첨탑과 라인강변. 그리고 그것들은 아빠가 나이가 들면서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흐려졌거든. 엄마랑 같이 그때로 돌아가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어.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단다.


그런데 있잖아. 엄마랑 같이 여행을 간 이상 그걸로만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단다. 그때부턴 엄마에게 모든 걸 맡겼어. 신나는 아빠와 엄마의 모험이 그렇게 시작됐지. 이 글은 아빠가 유럽에 있는 동안 그리고 유럽에서 돌아온 후 페이스북에 올린 일기와 엄마가 여행하는 동안 남긴 이미지랑 영상을 주재료로 사용했어. 아빠는 텍스트에, 엄마는 멀티미디어에 강하거든. 아빠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엄마가 명쾌하게 설명해 줄 거야.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도도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흥미진진한 여행을 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아마 도도도 같이 다시 가보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땐 우리 셋이 더 즐거운 모험을 떠나자! 훨씬 더 흥미진진한 모험을!

 

2024년 1월

사랑하는 아빠 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