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아이폰 단축어(Shortcuts)로 챗GPT 음성 대화 모드 더 간편하게 시작하기

AI 음성으로 듣기 - ElevenLabs


챗GPT의 고급 음성 대화 모드가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에게는 높은 접근성으로 더욱 유용한 기능인데요. 오늘은 아이폰의 단축어 기능을 활용해 챗GPT의 음성 대화 모드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왜 단축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챗GPT 앱에서 음성 대화를 시작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앱을 실행하고, 음성 대화 버튼을 찾아 누르는 과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단축어를 사용하면 홈 화면에서 한 번의 탭으로 바로 음성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단축어 설정 방법 (보이스오버 사용 환경 기준)

  1. 아이폰에 기본 설치된 '단축어(Shortcuts)' 앱을 실행합니다. (앱을 찾기 어렵다면 설정 앱에서 '단축어'를 검색해도 됩니다.)
  2. 단축어의 홈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3. '앱 단축어' 헤딩 아래에서 챗GPT를 찾아 선택합니다.
  4. 'Start voice conversation' 항목을 더블 탭한 후 길게 누릅니다.
  5. 팝업 메뉴에서 '홈 화면에 추가'를 선택합니다.

활용 팁

  • 독(Dock)에 넣어두면 어느 화면에서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기본 이름인 'Start voice conversation' 대신 원하는 이름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예: "GPT 음성 대화" 등)
  • 자동화 기능과 결합하여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서 자동으로 음성 대화가 시작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일정 체크하기, 취침 전 일기 쓰기 등)

다른 유용한 단축어 활용 사례

아이폰의 단축어 기능은 챗GPT 외에도 다양한 앱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 음성 메모 바로 시작하기
  • 자주 연락하는 사람에게 빠르게 전화하기 (저는 활동지원사님에게 전화 걸기를 단축어로 추가했습니다!)
  • 특정 앱의 특정 기능 바로 실행하기 (저는 Be My Eyes 앱에서 봉사자에게 전화 걸기를 단축어로 추가했습니다!)
  • 자주 사용하는 설정 토글하기

특히 미국의 주요 앱들은 대부분 단축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한층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며

단축어는 단순한 바로가기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보이스오버 사용자에게는 앱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챗GPT의 음성 대화 모드를 시작으로, 다른 유용한 단축어들도 찾아보시면서 여러분만의 효율적인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소비자, 국내 기업에겐 그저 투명인간일 뿐인가?

음성으로 듣기 - ElevenLabs
오늘 한국 기업 셀바스의 미국 법인이 주최한 '브레일 이모션'이라는 제품의 데모 웨비나에 참여하며 씁쓸함을 느꼈다. 셀바스는 국내 기업으로 점자 디스플레이/태블릿 제품인 한소네를 만드는 회사이다. 한소네가 미국에서도 잘 팔리기 때문에 미국 법인이 있다.
웨비나의 말미에 마이크를 켜고 한국에서는 이런 웨비나가 잘 없어서 매우 흥미롭게 참여했다고 말하니 데모를 진행한 미국인 시각장애인이 대답한다.
"Ironic."
맞다. 내가 한국 제품에 대해 정보를 얻기 위해서 미국 사람들이 주최하는 웨비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결혼을 앞두고 LG 가전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했을 때 나는 장애인 고객을 위한 안내가 전혀 없어서 모멸감을 느꼈었다. 당시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제품의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장애인 고객에 대한 안내가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에서는 무엇이 이슈가 되었었냐 하면 루시 그레코라는 미국인이 LG 세탁기를 리뷰하면서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 이슈가 됐다. LG는 미국에서 루시 그레코를 찾아가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자문을 얻고 점자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제품 개선을 약속했다.
정확히 같은 일이 3년이 지난 올해 2월 내게도 있었다. 관련해서는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지만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감사한 것과는 별개로 LG가 장애인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야 수백 가지도 더 될 것이다. 미국은 시장도 크거니와 고객의 구매력도 크다. 그건 장애인 고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도 작고 그 중에 장애인 사용자의 구매력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LG 가전을 대규모로 구매할 수 있는 장애인 사용자가 국내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시각장애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한소네조차도 온전히 자비로 구매한 한국인은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러니 LG전자는 물론이거니와 셀바스도 국내 시장에서 장애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과 마케팅에는 공을 들이지 않는다.

장애인의 소비자 권리와 관련해서는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솔루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씁쓸한 분노를 느끼자.
한국의 장애인은 소비자로서는 투명인간일 뿐이다. 보조공학기기 업체에게도 그렇다.

📱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iPhone 앱: 영어 콘텐츠 및 생산성 도구 관련 앱 12개 🛠

현재 기준으로 나의 iPhone 홈 화면에 있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지난번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실제로도 사용하고 있는 앱 13개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영어 콘텐츠 및 생산성 도구 분야에서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앱 12개를 모았습니다.

접근성과 사용자 경험(UX)은 이번에도 말할 나위 없이 앱 선택에 최우선 고려 사항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앱들 역시 iPhone의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오버를 통해 충분히 접근 가능하고 사용하기 쉽게 설계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앱들은 영어교사로서 저의 전문성을 키우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앱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오디오에 특화되어 있거나 오디오 기능이 강력한데요. 시각장애인으로서 콘텐츠나 생산성 분야 모두에서 오디오가 기본 매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 소개하는 앱 중 다수는 유료 가입을 통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료로 사용하는 앱은 괄호 안에 표시했습니다.


스포티파이(유료)

음악, 팟캐스트 및 오디오북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다양한 플랫폼 및 기기와 쉽게 연동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앱이다 보니 국내 트렌드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고 추천 알고리듬도 훌륭합니다. 현재는 영어권 국가에서만 오디오북 스트리밍이 되고 있지만 향후 한국 등 다른 언어권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포티파이의 가장 좋은 점은 PC 및 AI 스피커들과 심리스하게 전환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iPhone에서 음악을 듣다가 ‘다른 기기로 연결’을 선택하면 음악이 끊김 없이 바로 선택한 기기에서 재생됩니다.


애플 팟캐스트

애플이 제공하는 기본 팟캐스트 앱으로,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팟캐스트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 다른 앱도 많지만 결국은 이 앱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올해 초에 업데이트된 iOS 17.4 버전부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로 된 팟캐스트는 자동으로 스크립트를 생성해 주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어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udible (유료)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오디오북 및 오디오 콘텐츠 제공 서비스입니다. 수십만 개의 오디오북, 팟캐스트, 오리지널 시리즈 등을 제공하며,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아우릅니다.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Audible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오디오북과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8년부터 Audible을 듣기 시작했는데 편의성을 떠나 이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접한 오디오북들이 많아서 정서적으로도 이 플랫폼을 떠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TuneIn

세계 여러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앱입니다. 뉴스, 음악, 스포츠, 토크쇼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실시간 방송을 들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BBC 라디오나 월드컵 중계와 같이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듣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Economist (유료)

1843년에 창간된 영국의 경제 주간지 The Economist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앱입니다. 경제, 정치, 과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층 분석과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인터페이스가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거의 모든 주요 기사를 오디오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NYT Audio (유료)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 타임스의 주요 기사와 팟캐스트를 오디오 형식으로 제공하는 앱입니다. 기존의 NYTimes 앱과는 달리 오로지 오디오 콘텐츠만을 위해 만들어진 앱으로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오디오 퀄리티가 높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낭독하는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팟캐스트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데 오디오 뉴스 콘텐츠임에도 다양한 음향 효과와 편집으로 시네마틱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Speechify (유료)

텍스트-투-스피치(TTS) 기술을 사용하여 텍스트를 오디오로 변환해 주는 앱입니다. 책, 문서, 웹 페이지 등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Gmail, Dropbox, Kindle 등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개인이 소유한 문서를 불러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Speechify의 가장 큰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품질의 목소리입니다. 미스터 비스트, 귀네스 팰트로, 스눕 독 같은 셀럽들의 목소리부터 자연스러운 AI 목소리까지 언어별로 다양한 목소리와 읽기 속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인 클리프 와이츠먼(Cliff Weitzman) 자신이 난독증이 있으며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 기술로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Zoom (유료 멤버십 제공)

원격 화상 회의, 웨비나,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는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입니다. 연결 품질이 매우 높고 다양한 고급 설정을 할 수 있으며 뛰어난 접근성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Zoom은 이제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이 되었습니다. 구글 캘린더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고 Zoom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앱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구글 렌즈, 맞춤화된 뉴스피드 등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합니다. 최근에 제미나이(Gemini) 기능이 추가되어 GPT-4 수준의 채팅도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사를 선택한 후 ‘더 보기’를 누르고 소리내어 읽기를 선택하면 기사를 음성으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읽기 속도 조절이 지원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검색, 일정 관리, 스마트 홈 제어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AI 기반 가상 비서입니다. iPhone에서도 이 앱을 설치하면 구글 어시스턴트를 음성 비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화 걸기, 인터넷 검색, 음악 재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 앱에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구글 캘린더에 일정 추가하기입니다. 음성만으로 일정을 추가할 수 있고 나중에 별도의 앱이나 웹에서 손쉽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챗GPT (유료 멤버십 제공)

오픈AI가 개발한 자연어 처리 기반의 대화형 챗봇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언어 모델인 GPT-4를 사용하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터넷 검색과 이미지 인식 및 생성이 가능합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결하거나 특정한 주제에 관해서 브레인스토밍해야 할 때 대화 상대로 유용합니다. 특히 ‘대화 모드’를 사용하여 타이핑 없이도 음성으로 끊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세계 주요 언어를 모두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여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장벽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Perplexity (유료 멤버십 제공)

2022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인 Perplexity AI가 개발한 대화형 검색 엔진입니다. 구글과 달리 검색 결과 링크를 보여주는 대신 웹사이트와 기사를 요약해 대화 형태로 답변해 줍니다. 검색엔진에 LLM을 통합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Bing의 코파일럿과 비슷하지만 최신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속도가 더욱 빠르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앱에서 음성 지원이 되며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SK텔레콤과의 파트너십으로 한국에 맞춤화된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앱들은 영어로 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면서 동시에 업무와 학습 면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앱들입니다. 여러분이 즐겨 사용하는 영어 콘텐츠, 앱이나 생산성 도구 앱이 있다면 댓글로 소개해 주세요! 💬

[후기] LG전자가 개발한 작지만 중요한 아이템, 점자 스티커 - 시각장애인 사용자라면 꼭 설치하세요. (워시타워 작동 영상 포함)

요약: 이 글에서는 3년 전에 가전의 접근성 개선을 기대하며 했던 노력들, 이번에 LG전자의 점자 스티커를 가전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겪은 감동적인 경험, 점자 스티커의 종류와 부착 원리, 앞으로에 대한 저의 기대를 소개합니다.


들어가며


아기 도도의 출산을 기다리면서 예비 아빠로서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 분야는 가전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스마트 홈 구축을 위해 AI 스피커들도 연결하고 집 안에 있는 여러 기기의 사용법도 처음부터 다시 익혔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아이가 나올 텐데 집안일에서 버벅대면 안 되겠죠?


가전이 장벽으로 느껴졌던 3년 전...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가전이 버튼 없이 터치로만 작동하도록 개발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사실 시각장애인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만져지지도, 소리가 나지도 않는 가전 앞에서 시각장애인은 집안에서조차 소외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3년 전, 저는 이 문제에 관해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고 국가인권위에 장애인차별 진정을 넣기도 했었죠. 저의 페이스북 글을 본 강민정 국회의원님께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도 발의해 주셨습니다. 저의 활동은 아래 기사들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다를까?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LG전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티커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스마트 홈 앱인 LG 씽큐(LG ThinQ) 앱에 음성 피드백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른바 로테크(Low technology)에 해당하는 점자와 하이테크(high technology)에 해당하는 앱 활용을 잘 조합하면 가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를 가능케 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언제나 서비스입니다. 제가 인권위 진정을 넣었던 내용 중 하나는 LG전자에서 장애인 사용자에 대한 안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이 얼마나 개선되었을지에 대해서는 큰 확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검색해 보니 장애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LG전자의 블로그 글이 몇 편 나왔습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징조였습니다.



사실 이런 마케팅은 중요합니다. LG전자가 장애인 등 다양한 사용자를 위에 어떤 것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고,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심어 주니까요. 그래서 저는 바로 다음 날 LG전자의 대표 번호인 1544-7777번으로 전화를 걸었죠. 그러고 나서 경험한 일은 저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이었다!


먼저, 고객센터 상담사는 매우 친절하게 저의 상황과 요구를 파악했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 저에게 콜백을 해 주었습니다. 저의 지역인 강동서비스센터에서 집에 직접 방문해 점자 스티커를 설치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설치 당일, 놀랍게도 강동서비스센터 직원만이 아니라 LG전자 본부에서 연구원님 두 분이 함께 나오셨습니다. H&A사업본부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과 이지연 연구원님이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제가 어찌 된 영문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세 분은 저의 손에 LG전자가 직접 개발한 점자 스티커 꾸러미를 쥐여주며 점자 스티커의 원리와 가전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은 점자 스티커를 직접 개발한 분이셨습니다. 저처럼 많은 가전에 한꺼번에 점자 스티커를 설치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LG 고객센터에 점자 스티커 설치까지 신청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해 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점자 스티커를 배송받아서 스스로 설치하거나 가전을 구매할 때 설치 기사님이 붙여주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점자 스티커의 종류와 원리에 관해서 짧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사진: LG전자가 개발한 가전용 점자 스티커]

사진 설명: LG전자의 점자 스티커 세트. 검은색의 포장지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점자 스티커 세트를 올려놓았다. 다양한 가전 제품의 기능을 나타내는 아이콘(예를 들어, 전원, 재생 및 일시정지, 플러스, 마이너스 등의 기호를 상징하는 아이콘) 등이 점자로 표현되어 있다. 포장지에도 ‘LG전자’라는 글자가 점자로 표시되어 있다.


스티커의 종류는 어느 제품에나 붙일 수 있도록 범용성이 있는 아이콘 모양의 스티커 10종, 0부터 9까지의 숫자 스티커 그리고 (이게 정말 혁신적인데) 손가락이 움직이는 길을 표시해 주는 직선 모양의 가이드라인 스티커, 이렇게 세 가지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스티커를 부착하는 원리는 먼저 손가락이 닿을 만한 위치에 아이콘이나 숫자 스티커를 붙이고, 거기서부터 터치 버튼까지의 길을 가이드라인 스티커로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터치 버튼이 보통 기기 본체에서 매우 좁은 면적에 위치해 있고 살짝만 닿아도 작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콘이나 숫자 스티커가 터치 버튼에 겹쳐서는 안 되고, 실제 버튼의 좌우 또는 상하 2c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붙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가이드라인 스티커를 수직 또는 수평으로 정확히 붙여 줍니다.

이렇게 하면 시각장애인이 터치 버튼의 위치를 잘 모르더라도 점자 스티커를 따라가면서 원하는 터치 버튼을 한 번에 정확하게 누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모양과 사용법은 게시물 하단에 있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은 저의 집에 있는 가전을 하나하나 돌며 점자 스티커를 붙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점자 스티커의 모양과 기능을 상세히 설명하며 스마트폰 앱과 어떻게 연동이 되는지까지 확인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가전제품의 기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만이 해 줄 수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도 미세 작업이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번에 저희 집에서 점자 스티커를 설치한 가전은 로봇청소기, 에어컨, 스타일러, 오븐, 냉장고, 식기세척기, 워시타워, 등 LG 가전 7종과 밥솥, 인덕션, 제습기, 가습기, 보일러 온도조절기, 그리고 나중에 제가 따로 설치한 AI 스피커 등 다른 브랜드 가전 6종까지 총 13종이었습니다. 이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LG전자가 개발한 점자 스티커는 꼭 LG 가전이 아니어도 집 안에 있는 어느 가전에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니 박세라 연구원님은 아이콘 모양의 스티커를 원래 30종 정도 개발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촉각 인지력을 고려하여 실제 패키지에는 10종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10종은 직관적인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밋밋한 터치 버튼을 불편해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자 스티커가 의미하는 것은 점자 그 이상


집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가전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준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단순히 감사한 정도가 아니라 3년 전 혼자 싸우면서 느꼈던 서러움까지 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점자 스티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개발하기 위해 선임 연구원님이 거쳤을 수많은 기획 회의와 시행착오가 예상되어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품의 완성은 서비스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습니다. 가전제품은 궁극적으로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oT가 발달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접근성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애인 사용자에게 획기적인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과 기계 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직관적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기본은 충실히 지켜주어야 합니다. 점자 스티커는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이 없이도 독립적으로 가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스마트폰이 있다면 더욱 풍성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점자는 어떠한 첨단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직관적 매체이고 다른 모든 수단을 보완·강화 하는 토대가 되어 줍니다.


이후에 조사해 보니 LG전자는 디자인과 서비스 모든 면에서 가전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려는 ‘심리스 테크놀로지(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기술 트렌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많이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IoT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제정하는 단체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최근에 의장사를 맡았던 것도 가전과 생활의 연결을 중시하는 LG전자의 접근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점자 스티커와 같은 작은 디테일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닌까 합니다. 진정한 ‘심리스’가 구현되려면 역으로 현재 가장 심리스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사용자의 어려움을 반드시 살펴봐야 할 테니 말입니다. 앞으로 많은 브랜드가 LG와 같이 접근성(accessibility)을 사용자 경험(UX)의 사례 스터디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한편, 그런 의미에서 LG전자가 개발한 점자 스티커를 어떤 기업이든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 샘플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오픈소스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것처럼 LG전자의 점자 스티커가 범용화되면 더 많은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다양한 기업의 접근성 기술 발전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오며


도도의 출산을 기다리며 집을 더욱 접근성 높은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도도가 나오면 집 곳곳에서 점자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 유정의 가사 부담도 조금이라도 더 덜어줄 수 있겠지요! 제가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늘 그랬듯 환경을 사소하게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도도에게는 장애인 아빠가 비장애인이 중심인 세상에서 ‘심리스’하게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P.S.: 점자 스티커를 사용해서 워시타워를 작동시키는 영상


더 살펴볼 만한 글과 영상


2024년 겨울방학 업그레이드 기록

1. 집안 환경 개선

1) 업그레이드 내역

  • 집안 공간 재배치
    • 벙커방을 옷방으로, 옷방을 서재방으로, 거실을 육아 공간으로, 베란다를 휴식 공간으로 변경
    • 책꽂이, 트롤리, 바구니 장만
    • 육아 용품 개시 및 배치
    • AI 스피커 방마다 배치
    • 작업용 책상 케이블 정리
  • 수리
    • 꺄페(자동차) 수리
    • 싱크대 수전 교체
  • 스마트홈 구축
    • AI 스피커(애플 홈팟 미니, 구글 홈 미니, 네이버 클로바, 아마존 에코 3종) 총 집합
    • LG 가전, 나비엔 스마트, 구글 캘린더 연동
    • 애플 뮤직 가입, 팟캐스트, Audible, 멀티룸 오디오 설정
  • 가전제품 점자 라벨링
    • 모든 LG전자 가전에 점자 스티커 설치
    • 가습기, 재습기, 온도조절기, 인덕션, 네이버 클로바에 점자 스티커 설치

2) 기대 효과

  • 공간 재배치로 육아 준비 및 방별 용도 명확화
  • 자동차 및 수전 수리로 안전성 확보
  • 스마트홈 기능을 통한 편의 및 만족감 증대
  • 점자 스티커를 통한 가전 접근성 및 활용도 제고

2.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1) 업그레이드 내역

  • 소프트웨어 OS 업데이트
    • 학교 업무용 데스크톱과 노트북 윈도우 11 업데이트
    • 한소네 6 OS 업데이트
  • 기기 수리 및 구입
    • 레오폴드 키보드, 브래들리 타임피스 수리
    • 샥즈 골전도 이어폰 구입

2) 기대 효과

  • 최신 OS 및 소프트웨어를 통한 보안성 및 효율성 향상
  • 기기 수리를 통해 예산 절감, 작업 효율 및 만족감 고취
  • 심리스한 업무 및 수업 경험 제공

3.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사용

1) 업그레이드 내역

  • 일정 관리 및 메신저 앱
    • 가족, 장교조 임원 간 일정 공유에 Google Calendar 사용 시작
    • 활동지원사와 연락에 Whatsapp 사용 시작
  • 스크린 리더, 점자 디스플레이, TTS
    • 윈도우 내레이터 사용 시작
    • 한소네 6의 각종 안드로이드 앱 사용 시작
    • 한소네 U2 및 한소네 6의 점자 디스플레이 블루투스 설정
    • Edge, Speechify 활용 범위 확대
  • 대화형 AI
    • 코파일럿 등 윈도우 11 기능 사용 시작
    • Gemini, Perplexity 가입

2) 기대 효과

  • 가족, 장교조 집행부, 활동지원사와의 커뮤니케이션 향상
  • 보조기기 및 소프트웨어 활용 범위 확대로 접근성 및 생산성 향상
  • 대화형 AI를 통한 맞춤형 정보 파악 및 일상 및 업무의 효율성 강화

4. 개인적 변화

1) 업그레이드 내역

  • 글 정리 및 업로드
    • 컴퓨터에 저장했던 텍스트 파일 550개 정리
    • Posthaven에 정리된 글 업로드 시작
  • 헤어 스타일
    • 생애 처음으로 펌하기
    • 펌 종류는 쉐도우 펌이라고 함

2) 기대 효과

  • 글 정리를 통한 지식 체계화
  • 외모 변화를 통한 자신감 및 관리 용이성 향상

Special Thanks

  • 집안 공간 재배치에 큰 도움을 주신 양가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꺄페 수리를 해주신 길동 월드모터스 사장님과 수전 교체를 직접 해주신 길동 인아웃디자인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LG가전 및 집안 모든 가전에 점자 라벨링 작업을 정성스럽게 해주신 LG전자 박세라 선임 연구원님과 이지연님, 강동서비스센터 기사님께 감사드립니다.
  • 한소네 6 점검 및 업그레이드, 레오폴드 수리, 브래들리 타임피스 수리를 도와주신 각 업체 고객서비스 담당자님, 감사합니다.
  • 유모차, 책꽂이, 구글 홈 미니 등 유용한 육아 용품과 물건들을 저렴하게 당근 거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생애 첫 펌을 멋지게 해주신 길동 고우헤어 미용실 미용사님들, 감사드립니다.
  • 우리 부부에게 꼭 필요한 육아 용품들을 정성스럽게 골라 선물해 주신 소중한 친구, 동료, 가족들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임신 중에 몸이 무거운데도 늘 부지런하게 집안을 정리하고 꼼꼼하게 출산과 육아 준비하는 유정, 고마워요. 많이많이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