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60일은 도도만큼이나 유정과 저에게도 ‘새로운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하루를 새로운 루틴으로 채우고 시간을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도 버려야 했죠. 내일이나 다음 주가 아니라 30분 또는 2시간만 내다보며 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반복된 일상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정말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이 변화무쌍한 시기를 별일 없이 잘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출산 후 60일 동안 우리 부부가 안정적으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5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각종 지원 제도
저출생 대책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출산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 시기에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 세 가지는 첫만남이용권,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산후조리경비 지원입니다.
- 첫만남이용권은 출생 신고와 함께 정부에서 200만 원을 바우처 카드에 바로 입금해 주는 쿨한 제도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저희는 전액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탰습니다.
-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은 시도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 전문 건강관리사가 가정을 방문해 산후조리와 신생아 돌봄을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전문 교육을 받은 건강관리사님이 산후조리원 퇴소 후에 2주~3주 동안 집에 오셔서 직접 산모와 신생아를 모두 케어해 주시는 서비스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베이비 시터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도에서 인증받은 업체를 통해서 전문 교육을 받은 관리사님 오시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 산후조리경비 지원 사업은 시군구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비, 마사지, 요가, 운동 비용, 영양제 비용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원 금액은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로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요긴합니다. 저희의 경우, 건강관리사 자부담금 일부와 유정의 헬스장 PT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제도들은 모두 출산 직후 산후조리와 신생아 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 사용 가능 기간이 다르지만 대부분 60일 이내에 소진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산후조리원에 3주를 머물고, 가정 방문 건강관리사 지원을 3주 신청해서 총 6주 동안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았는데요. 돈으로 따지면 550만 원 정도 되는 거금이었지만 정부 지원으로 실제로 부담한 금액은 3분의 1 수준인 175만 원 정도였습니다(조리원과 건강관리사 지원 비용은 업체와 기간에 따라 다르고 지원금 규모도 부부의 소득 합산에 따라 달라집니다).
2. 남편의 배우자 출산 휴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남편의 휴가가 10일 있습니다. 이 휴가를 산후조리 서비스와 겹치지 않게 사용하면 산모 입장에서 최대 8주(약 60일)까지 인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산후조리 관리사님들보다는 서툴지만 남편이 24시간 함께할 수 있으면 산모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요. 특히 아빠도 아기와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휴가를 쓰는 동안 도도가 생후 50일을 맞이했는데 목도 조금씩 가누기 시작하고 폭풍 성장을 해서 매일 도도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더라고요.
하지만 이러한 지원도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아기를 키워 보니 아기를 제대로 돌보면서 부모의 일상생활도 어느 정도 유지하려면 어른 셋은 상시적으로 붙어 있어야 하더라고요. 이런 정책적 지원조차 없던 과거에는 어떻게 양육을 했을까요? 아기를 키우게 되면서 요즘 부쩍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3. 육퇴 후 맥주 한 잔
저와 유정은 맥주를 마시면서 가까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맥주가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준비하면서부터 유정은 알코올을 일체 입에 대지 않았는데요. 덩달아 저도 음주량이 줄어서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는 있었지만 하루를 마치고 유정과 함께하는 맥주 한 잔이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지난 5월 초, 드디어 유정이 1년 가까운 금주를 깨고 육퇴 후 맥주 한 캔을 함께 나눠 마셨습니다. 그때 유정이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마침 치맥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다른 간식도 함께 먹자고 권하니 “성스러운 치맥”에 다른 음식을 섞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후에도 종종 도도가 잠들었을 때 한 캔을 나눠 마시곤 하는데요. 날씨도 더워지는 터라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유정은 그사이 무알코올 맥주조차 입에 대지 않았는데 저는 종종 무알코올 맥주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습니다. 조리원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밤 유정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홈런볼에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던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음악
음악은 맥주와 더불어 우리 부부의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조리원에도 아마존 에코닷을 들고 가서 틈만 나면 음악을 틀어놓고 도도와 함께 들었는데 모자 동실을 하면서 들었던 존 레넌의 ‘Oh My Love’는 여전히 우리 부부의 육아 18번입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도도와 함께하는 ‘베이비 라커스 긱’에서 도도에게 라이브로 들려주기도 했죠.
5.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가족과 친구들
지난 60일 동안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었습니다. 1년에 몇 번 보지 못했던 가족들을 1주일이 멀다하고 만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선물을 보내주거나 집에 직접 찾아와 도도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평생 살면서 이 정도의 관심을 받아 본 적은 단연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모든 분들 덕분에 유정은 산후우울증을 겪지 않았습니다. 저도 두려움을 이기고 아빠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난 60일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도도의 출산을 주변에 알리면서 가족과 지인들이 해 준 모든 말이 저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옮겨 봅니다. 아들을 이미 다 키운 가까운 형님이 해준 말이었습니다.
“아기 키우는 것 아주 힘들지. 그런데 힘든 건 다 잊어버린다. 좋은 기억만 남고 다 사라져.”
이 말을 들으며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습니다. 육아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마저도 한 발 떨어져 관조할 수 있는 마음. 아직 저는 그런 넉넉한 마음을 갖지는 못했지만 그 형님의 말처럼 도도를 키우며 긴 시선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출산 후 60일 동안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것 다섯 가지를 꼽아 보았는데요. 출산하기 전에는 아기가 나오면 우리의 삶이 끝날 것처럼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는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몸은 바빠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충만한 삶. 그것이 도도가 우리 부부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도도의 작지만 큰 성장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이렇게 아빠는 어른이 되어가나 봅니다.
앞으로도 종종 아빠의 성장 일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사랑해, 도도야. 엄마랑 아빠랑 행복하게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