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plexity의 AI 브라우저 Comet이 9월 4일 한국에 공개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0일 정도 사용해 본 경험을 공유합니다. 현재는 Pro 구독자, 대학생 인증 또는 초대장 기반으로 다운로드 및 사용 가능합니다. (* 이 포스팅 이후 10월 2일에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공개됨)
저는 첫날부터 편의성을 느끼고 바로 Chrome 대신 Perplexity의 Comet 브라우저를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요약이지만, 조금씩 더 대담한 에이전트 기능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국가인권위 온라인 진정 접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Comet에게 수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진정에 들어갈 내용을 모두 텍스트로 준비해 놓고 국가인권위 진정 접수 첫 화면에서 어시스턴트를 활성화시킨 후 내용을 붙여넣고 접수를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진정인 이름부터 입력하기 시작하더니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5단계까지 넘어가서 마지막 진정 접수까지 눌러 모든 절차를 완료해 버리더라고요. 처음엔 신기해서 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한 번도 브레이크 없이 접수까지 누르는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Comet이 실수한 건 첨부파일 단계를 사용자에게 묻지 않고 뛰어넘은 것 정도이고, 텍스트의 실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접수 후 수정이 가능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편의성과 우려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루트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큰 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진정 결과가 잘 나온다면 AI 브라우저가 장애인 차별 시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사례가 될 것 같네요.
두 번째로 성공적인 사례는 쿠팡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고 장바구니에 담게 한 일입니다. Comet 브라우저를 열자마자 첫 화면에서 어시스턴트를 호출하고 쿠팡 로그인 페이지로 이동하라고 했습니다. Comet는 전혀 무리 없이 로그인 페이지를 링크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로그인은 제가 직접 했고, 다음부터가 진짜 에이전트의 힘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은 사무실에서 쓸 만한 가볍고 개방감 있는 헤드셋이었습니다. 헤드셋은 브랜드도 너무 많고 브랜드마다 모델도 다양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비교해 볼 엄두가 전혀 나지 않는 제품이었습니다. Comet은 Perplexity AI 모델을 사용해서 인기 있는 헤드셋 제품에 관한 정보를 웹과 유튜브 등에서 수집해 결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쿠팡 내 검색이 아닌 웹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그렇게 헤드셋 리스트가 추려지자 그 다음부터는 제가 원하는 조건을 계속 제시하며 저에게 맞는 제품을 두 개까지 남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최종 후보 2개를 쿠팡 사이트 내에서 검색하고 정보를 요약해 달라고 했습니다. 쿠팡 내에서 리뷰 점수와 가격대를 보니 최종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더라고요. Comet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아 구매하기로 한 제품은 1만5천 원대 로지텍 유선 헤드셋이었습니다. Comet에게 해당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라고 했고 Comet은 문제 없이 수행했습니다. 그렇게 블루투스 동글, 커피, 캔맥주까지 총 5개의 상품을 더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에 담은 제주누보 6캔 같은 경우는 제품 조사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한 번의 프롬프트로 장바구니 담기에 성공했습니다. 결제까지는 시키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해낸 Comet와 저 자신이 대견하더라고요.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AI의 도움을 받아 주문한 상품들이 집에 도착하기 시작하는데 괜히 떨리네요. 온라인 쇼핑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조사와 구매까지 한자리에서 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세 번째 성공 사례는 Google 문서 작성입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3kl52ppSRmzoq9FqXA7R9vwJdoHKcq9NrwTdGbaWt3M/edit?usp=sharing
이 Google 문서는 제가 Comet 브라우저에서 프롬프트 하나로 생성한 문서입니다. 프롬프트는 이렇게 주었습니다.
"Google 문서를 열어서 시민기술네트워크를 응원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고, 접근 권한을 '링크가 있는 모든 사용자'로 설정하여 공유 링크를 복사해 줘." (시민기술네트워크는 AI와 기술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고자 모인 사람들의 시민단체입니다)
Comet은 Google 문서 페이지를 열고 제가 시킨 대로 제목과 문서 내용을 스스로 작성한 후 문서 접근 권한을 '링크가 있는 모든 사용자'로 설정하고 링크 복사 버튼까지 눌러 주었습니다. 위 URL은 Comet가 작업을 마친 후 제가 이 편집창에 바로 Ctrl+v로 붙여 넣은 것입니다. Comet, 정확히는 Perplexity에서 제가 설정한 AI 모델이 작성해 준 내용은 "시민기술네트워크의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회혁신과 기술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 더 포용적인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였습니다. 다소 진부한 내용이긴 하네요. ㅎ
한편, 안타깝게도 Comet이 한컴독스 문서와는 아직 호환되지 않습니다. 한컴독스는 한글과컴퓨터에서 Google 문서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웹 기반 문서 편집기입니다. 프롬프트는 위 Google 문서를 작성한 것과 같은 프롬프트를 주었고, 한 가지 다른 것은 'Google로 로그인하라'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한컴독스는 로그인 정보를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요.
Comet은 한컴독스 페이지를 찾는 것부터 어려워했습니다. 아마도 웹에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Comet은 한컴독스 페이지를 찾아냈고, 로그인하고, '새 문서 만들기' 버튼을 누르는 것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서 영역에 내용을 입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 문서를 세 개나 만들면서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전에 다른 사례에서는 문서를 15개나 열었지만 실패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Comet 어시스턴트의 설명은 문서 영역이 읽기 전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성 가능한 상태였는데 말이죠. 제가 알기로 Google 문서나 한컴독스 문서 모두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et과 한컴독스가 호환되지 않는 이유로 제가 추측하는 것은 한컴독스의 웹 접근성 부족입니다. AI가 웹을 탐색하는 방법은 HTML 코드와 DOM 정보를 보고 탐색하는 것이라 시각장애인이 스크린 리더를 사용해서 웹 탐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 진정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됐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웹 접근성 준수는 장애인뿐 아니라 AI 에이전트에게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Comet으로 한컴독스에서 문서 작성이 된다면 한글 문서의 접근성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입니다.
여기까지 20일 정도 제가 Comet을 사용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정리해 봤습니다. 인상적인 순간은 인권위 진정이 첫 단계에서부터 끝까지 되는 것을 업무보조 선생님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 접수 버튼까지 누르는 걸 보고 함께 탄성을 지른 순간과, 쿠팡에서 제주누보 6캔을 장바구니에 담으라고 시켜놓고 아내 유정과 다른 방에서 아이폰으로 쿠팡 앱을 열어놓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제주누보가 담기는 걸 유정이 눈으로 직접 보고 탄성을 지른 순간이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시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습니다.